문화생활 (공연, 전시)

[알버트 왓슨 사진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외눈박이 사진작가, 알버트 왓슨

에트왈JS 2023. 7. 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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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왓슨이 2006년 촬영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Steve Jobs) 의 초상 사진.

Find the beauty that others don't see and capture it with your camera.
- Albert Watson


알버트 왓슨 사진전, <WATSON, THE MAESTRO>
 

알버트 왓슨(Albert Watson)은 패션, 인물 사진, 순수 예술 등 다채로운 작품 세계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앤디 워홀,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와 같은 셀러브리티와 유명 인사들의 포트레이트 사진을 통해 시대의 자화상을 잘 표현해냈으며, 1970년대 이래로 100여 편 이상의 보그 표지를 장식했고, 프리다, 샤넬, 리바이스 등의 브랜드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유명인사들의 포트레이트 사진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알버트 왓슨은 단순히 유명인들과의 단편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패션 사진작가를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냈다. 비록 한쪽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인물뿐만이 아니라 자연, 정물 등을 대상으로도 피사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독특한 순간을 포착해 냈다.

이 전시회에서는 알버트 왓슨의 본격적인 예술세계의 시작을 알린 앨프리드 히치콕의 뚱한 표정이 담겨 있는 사진으로부터,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스티브 잡스가 본인 인생의 최고의 사진으로 꼽기도 했던 포트레이트 사진까지 알버트 왓슨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알버트 왓슨은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을 구현해내기 위해 피사체의 맥락과 서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어떤 인물에 대해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정보까지 모든 것에 대해 숙고한 결과 그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한 장의 포트레이트를 완성해내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앤디 워홀, 믹 재거 등의 포트레이트 작품들은 이 인물들의 성향과 서사가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 표정, 구도, 질감, 색조, 소품에 이르기까지 더할 나위 없는 ‘누구다운 누구로’ 포착해낸다. 이는 인물이 지닌 서사와 맥락을 통한 가장 적절한 페르소나를 구현해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완벽한 그 사람으로써의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누구나 이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서 완벽하지만 가정에서는 형편없는 아버지인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런 경우, 이 사람의 얼굴은 완벽한 직장인일까 혹은 형편없는 아버지일까?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인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 맞는, 또 그 상황에 맞는 페르소나를 쓰고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셀러브리티의 모습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보고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모습들은 의도적으로 선택된 페르소나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앨프리드 히치콕다운, 스티브 잡스다운, 앤디 워홀다운 사진이란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버트 왓슨의 작품들을 보면서, 정말 ‘누구누구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진을 통해 드러난 포트레이트는 기표에 불구하지만, 우리는 이 유동적인 기표를 통해서만 기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페르소나란 가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감추는 미묘한 경계선일 수 있다. 그리고 알버트 왓슨은 그 누구보다도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의 작업이 너무 상업적이고 독특한 관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글로시한 하이패션 룩이 부각된다는 점, 작업물들이 너무 매끄럽고 세련되며 다른 사진 작가들과 같은 사실성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비판을 간혹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알버트 왓슨이 가장 탁월한 능력은 이 시대의 아이콘들을 아이콘답게, 마치 그들의 내면까지 투명하게 투사되어 드러나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오는 페르소나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이미 8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는 그의 예술세계와 독특한 관점에 경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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