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구해줬지? (아담)
그루크가 누구든 한 번은 더 기회를 줘야 한다네 (드랙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中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리즈 중 하나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제임스 건이 감독을 맡고,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카렌 길런 등 전작의 배우들이 다시 한 번 화려한 액션과 특유의 유머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동안 MCU에 속한 솔로무비들은 4부작까지 제작된 ‘토르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주로 3부작으로 제작되어 왔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등 대표적인 시리즈들이 모두 3부작으로 만들어졌고, 이러한 전례를 따라 ‘가오갤’도 세 번째 작품을 통해 그 길었던 대서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가오갤’은 MCU 내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차지해 왔다. 물론 MCU 세계관 속의 다른 히어로들도 모두 인간적인 고뇌와 일종의 결여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었지만, 유독 ‘가오갤’ 멤버들에게는 한층 깊은 백치미가 빛난다. 심각한 장면에서 갑자기 춤을 추는 댄스머신 스타로드, 대혼돈의 티키타카 파티를 보여주는 드랙스와 맨티스, 중요한 순간 반드시 무슨 일인가를 어떻게든 해버리는 그루트 등은 정말 흥미롭기는 하지만 어딘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인물들이다. ‘가오갤’의 마지막 작품인 이번 영화에서조차 가모라를 잊지 못하고 술독에 빠져 있는 스타로드의 모습은 “이 친구들은 참 한결 같구나.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치고는 너무 찌질한걸”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 만든다.
하지만 페이즈 4에 들어와서 갈 길을 잃어버린 MCU 영화들을 보면서 답답함과 연민을 가지고 있던 관객들에게 ‘가오갤’은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백치미가 빛나는 자기 자신 만의 독보적인 길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제임스 건 감독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크립(Creep) 노래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그 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상상해왔던 ‘로켓’에 대한 비극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로켓에게 집착하는 메인 빌런인 하이에볼루셔너리는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목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타노스와 유사하다. 하이에볼루셔너리와 타노스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변부적인 모든 것들을 무시한다. 오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들이다. 이번 영화는 이런 점에서 ‘블립’ 사태를 불러왔던 타노스에 비견할 수 있다. 그리고 하이에볼루셔너리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생각은 로켓의 비극적인 서사와 대립하게 된다.
‘완전을 향한 불완전의 개선’이라는 하이에볼루셔너리의 가치관은 ‘가오갤’과는 양립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오갤’ 멤버들은 하나 같이 불완전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항대립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한다. ‘완전성’과 ‘불완전성’의 대립이라는 구조는 그 동안 ‘가오갤’이 추구해왔던 서사의 핵심이다. 전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 등장했던 셀레스티얼인 에고와 스타로드의 대립은 완전한 아버지의 품을 떠나 불완전한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오갤은 아버지를 잃은 스타로드,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던 가모라,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던 네뷸라, 스타로드와 배다른 형제인 맨티스, 아내와 자식을 잃어버린 드랙스, 'We are Groot'를 외치는 그루트 등을 통해 우주를 배경으로 불완전한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런 불완전함으로 인해 스타로드와 가모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인 라바저스를 찾은 가모라의 선택은 존중을 받는다.
아마도 인종차별과 소아성애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제임스 건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복귀를 지지해준 배우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실수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란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주는 것입니다. 나를 지지해준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가오갤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올드 팝과 조금은 모자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오갤 시리즈는 그 마지막을 ‘불완전함’을 키워드로 완전하게 마무리해냈다.
우주 어디에서인가 다시 만납시다. 바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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