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매력속으로, <대만 타이베이 여행>
중국 남동쪽 해안에서 16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섬나라, 대만에 다녀왔다. 동아시아의 섬나라인 대만은 가까운 거리에 훌륭한 가성비, 안전한 치안으로 부담 없이 갈만한 관광지다. 작은 섬이지만 활기차고 현대적인 면모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와 상반되는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지기도 하는 복합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대만을 여행하면서 독특하게 느껴졌던 점은 일본과 중국 문화의 혼재다. 이러한 다국적인 분위기에 더해 덥고 습한 섬나라 특유의 동남아 날씨까지…. 여러 가지 색이 섞인 대만만의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만은 작은 섬인 만큼 여러 주변 국가의 영향을 받아왔다. 1624년~1661년까지 짧게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이후 청나라로 편입되었는데,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일본에 대만 섬을 할양하게 된다. 약 50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는데 당시의 공공건물은 지금도 타이베이 및 다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또한 요리와 패션 등 문화 전반에서 여전히 일본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대만이 일본을 싫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도 네덜란드를 비롯해 이미 다양한 외세의 점령을 받은 섬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얻어낸 전쟁 보상금으로 대만에 적극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에 반감이 덜하기도 한 것 같다. 철도, 항만, 교육 등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생활 여건과 경제 상황이 크게 활성화된 것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제 시대의 가옥, 일본인들이 지어 놓은 기차역, 일본풍의 벽화…. 같은 일본 식민의 역사를 겪은 국가의 국민으로서 이런 문화가 아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당시 대만은 중국의 한 섬으로, 우리나라처럼 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은 없었을 테니 상황이 매우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빼앗은 모든 영토의 지배권을 포기했고, 당시 승전국 중 하나였던 중화민국이 미국과 영국의 동의를 얻어 대만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발발한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의 마오쩌둥이 당시 지도자였던 국민당 장제스의 세력을 물리치면서 남은 국민당 정부 세력과 지지자들 약 150만 명이 대만으로 도망쳐 대만의 정치를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그 영향이 오늘날의 대만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여전히 중국 정부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본다는 점, 대만이 중국 통치 세력의 통치를 받은 점에서 중국 문화가 존재함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알다시피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은 대만이 독립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기도 대만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올림픽에서 대만이 메달을 따도 오륜기가 올라가는 장면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중국과 우호적인 나라들은 대만과 친하게 지낼 수 없고, 대만과의 교역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타이베이 101과 직접 연결되는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에 묵었다. 도심 중에서도 제일 번화한 지역인 신이 지구에 자리 잡고 있어서 관광 목적으로 투숙하기에 좋은 호텔이다. 위치도 좋고 내외부가 모두 웅장한 느낌을 주었지만, 오래된 연식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990년 대만에 처음 생긴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라고 하는데, 타이베이 시내에는 최근 지어진 호텔이 없고 대부분 오래된 연식을 가지고 있다. W 호텔, 르메르디앙, 샹그릴라 등 5성급 호텔들이 그랜드 하얏트 주변으로 신이 지구에 포진해 있다.
3일 연달아 호텔 조식을 먹었는데 메뉴가 계속 같아서 5성급 호텔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최근 제주 여행을 갔을 때 묵었던 그랜드 하얏트 제주를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에서의 여행임을 감안하면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 전망대를 바로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호텔의 장점이다. 타이베이 101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타이베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관광 명소다. 개인적으로 방콕의 마하나콘 스카이 워크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곳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이 건물이 지어질 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고층 빌딩이었다고 하니, 당시 경제 발달의 한복판에 있었을 대만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롯데타워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 여행 일정 추천_About 대만 고궁 박물원_세계 5대 박물관
About 대만 고궁 박물원 장제스는 “나라가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문물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만큼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그는 국공내전에서 패배하면서 당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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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고궁 박물원에도 들렀다. 미국에 메트로 박물관, 프랑스에는 루브르박물관이 있다면 대만에는 고궁 박물원이 있다. 5,000년 중국사를 총괄한 이곳은 70만 개에 달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중화민국 행정원 소속인 이 박물원에는 중국 국민당이 국공 내전에서 패배하여 대만으로 도피하면서 대륙에서 가져온 문화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제스의 평소 지론이 ‘나라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문물 없이 살 수 없다’라고 하니 그 규모와 다양성이 어떠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화려한 작품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매체에서만 봤던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 날을 잡아 택시 투어로 타이베이 외곽 스팟인 예류-스펀-지우펀을 다녀오기도 했다.
타이베이 북서쪽 해안에 있는 예류 지질공원은 풍화 작용을 거쳐 생긴 기암들이 인상적인 곳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바위는 ‘여왕 머리 바위’인데, 공원을 대표할 만한 바위인 만큼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이 바위는 고대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의 두상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런 기암들이 생겨났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데 버섯바위, 생강 바위, 촛대바위 등 해식과 풍화로 생겨난 각양각색의 모양에 자연의 신비와 경의를 느꼈다.
이어서 간 곳은 타이베이 시내 동쪽에 위치한 스펀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나무, 꽃들이 천등과 어우러져 참 예뻤던 기억이 난다. 철로가 마을을 관통하는 특이한 지형이다.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도 나왔다고 한다. 기찻길 옆으로 여러 천등가게가 있고, 그 기찻길 철로 위에서 천등을 날릴 수 있다. 아름다운 배경 뒤로 소원을 써서 풍등을 날리자니 왠지 뭉클하기도 하고 감성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곳 들른 지역은 작은 상하이로 불리기도 하는 지우펀이다. 밤이 되면 중국식 홍등으로 빛나는 예쁜 거리를 즐길 수 있다. 길도 좁고 사람도 북적이지만 나름의 활기차면서도 운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한다. 지우펀의 땅콩 전병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못 먹어서 아쉬웠다. 제주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과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찻집'이라고도 불리는 3층 규모의 찻집 아메이차주관에서 차를 마셨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대만 여행은 가성비가 장점이기도 한데 이곳은 가격이 좀 비싼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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