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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대만 타이베이 여행]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팝아트 LOVE 조각상, 타이베이101

by 에트왈JS 202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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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디애나 LOVE 조각상


Love Happening

지난 5월 명동에 전시되어 있던 유명 팝아트 작가의 조각품에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작품을 훼손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하여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성은 서울 곳곳에 ‘ZOMBRA'라는 낙서를 남기고, 사진을 촬영하여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는데, 훼손된 작품을 복구하는데 대략 2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언론의 뜨거운 보도를 받은 이 작품은 로버트 인디애나의 연작인 ‘LOVE'이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하여 유럽, 아시아 국가 등지에 설치되어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사망 후에는 그 가치가 5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해프닝으로 국내에서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LOVE' 대신 ’HOPE'라는 조형물을 의뢰하여 자신의 정치 구호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이 작품은 하나의 조각을 넘어서 이 시대의 상징 중 하나로 폭넓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와 팝아트

1928년 미국 인디애나주 뉴캐슬에서 태어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스코히건 회화 조각 스쿨, 에든버러 칼리지 오브 아트 등에서 수학을 하고,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로버트 인디애나는 조각인 'LOVE'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화가, 판화가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작업도 탁월했던 작가였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넘나들며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디자이너였다.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는 친구였던 클라스 올든버그로부터 앤디 워홀(Andy Warhol)을 소개받게 된다. 두 사람은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의 동질감으로 인해 가깝게 지내면서 예술적인 교류를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1964년 앤디 워홀이 만든 단편 영화인 <EAT>에도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또 한 사람은 바로 연인이었던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였다. 아티스트였던 그녀는 스스로를 반추상주의자로 규정했던 로버트 인디애나를 기하학적 추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런 영향들을 주고받으면서 로버트 인디애나는 대중적이고 간결한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여러 가지 단순한 상징과 표지판,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숫자 등을 활용하여 기하학적인 추상미를 가진 구도에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여 작품을 구상했다.

당시 유행하던 팝아트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미술의 한 장르로 대량으로 생산된 이미지를 작품의 소재로 주로 활용했다. 팝아트는 미술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순수함을 거부하고,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비평가들은 팝아트의 이러한 측면이 지나치게 퇴폐적이고 상업주의적이라는 비판하기도 했지만, 팝아트는 정확하게 이 지점에서 높은 진입 문턱을 가지고 있었던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을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당시의 팝아트 운동이 가지고 있었던 소비주의적 성향에 반대하면서 자유롭고 이상주의적인 주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는데, 상업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다른 팝 아티스트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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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팝아트 LOVE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작인 LOVE는 어린 시절 그가 다니던 교회에서 보았던 ‘God is Love'라는 사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65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하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카드에 인쇄할 그림을 디자인하면서 그는 알파벳을 2줄로 배열하여 윗줄에는 LO를, 아랫줄에는 VE를 배열했다. 그리고 O를 옆으로 45도 가량 비스듬히 기울여서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후 이 디자인은 판화, 회화, 조각, 포스터, 현수막, 티셔츠, 우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면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1970년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에서 대형 강철 조각으로 선보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조형물 중 하나가 되었고, 이후에는 뉴욕, 싱가포르, 타이베이 등 전 세계의 주요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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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조형물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였다. 그 어떤 거리보다 뉴욕이라는 거리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가족들과 자주 찾는 파라다시이스시티호텔에서 LOVE를 비롯한 Numbers, One Through Zero등을 보면서 탁월한 디자인은 어느 거리, 어느 공간에서도 돋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대만을 여행하다가 대만 타이베이101 앞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또 하나의 LOVE는 오랜 친구처럼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필자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탓도 여기에는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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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형물의 45도 가량 묘하게 기울어진 O는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감각들을 자아내는데, LOVE라는 단어의 뜻과 만나 때로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며, 때로는 묘한 성적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해낸다. 아마도 이런 묘한 감각이 이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징으로 그 명성을 떨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는 물론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 평화, 희망과 같은 메시지가 1차적으로 담겨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이 단어를 조형적으로 재구성하고 커다란 사이즈로 제작하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재평가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점이 바로 그의 작품이 “공공의 형상들”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흔한 단어가 거리에 전시되어야 할까? 흔하지만 그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탐색이 표출되어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곳곳에 놓여있고,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이 작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이 LOVE를 바라보면서 LOVE를 꿈꾸는 것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대만 타이베이101 앞의 'LOVE'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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