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일본 여행] 일본 라멘의 시작과 이치란 라멘,

by 에트왈JS 2023. 7. 4.
반응형

일본 미식 여행에는 필수, <일본 라멘의 시작과 이치란>


이번 오키나와를 다녀오면서 아름다운 자연, 문화적인 볼거리도 기대했지만 또 하나 설렜던 포인트는 바로 미식 여행이다. 일본에 가면 라멘은 한 번씩 먹고 오게 되는데, 지난번 도쿄에서도 먹었던 이치란 라멘이 오키나와 국제거리에도 있어서 다녀왔다. 돼지고기 육수로 만든 돈코츠 라멘의 구수한 맛과 포만감에 제법 만족하며 가게를 나섰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라면’이 있지만 일본의 라멘과는 여러모로 다른 음식이다. 면부터 육수까지 라면이 완전한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라멘은 차돌박이나 돼지 뼈 등으로 국물을 오래 우린 후 각종 양념과 함께 만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슬로우 푸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라멘 역시 인스턴트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처음부터 공장형 상품으로 나온 것이 아니고 가게에서 직접 재료를 준비해 끓여내는 생라멘을 주로 의미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라멘은 하나의 특식, 요리의 개념에 가깝다.

 

라멘은 대개 ラ-メン처럼 가타가나로 쓰이는데, 한자 "拉라미엔", "老라오미엔", "柳류멘"으로 쓰거나, "らーめん", "らあめん"처럼 히라가나로 표기하기도 한다. 한국어 "납면", "라면"과 기원은 같다.

 

1870년 메이지 시대 개항과 동시에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을 요점으로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노점에서 판매하던 국수가 발전하고 현지화된 것이 바로 라멘이다. 초기 라멘은 지나소바, 남경소바로도 불렸는데, 지나(支那)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로 알려진 진나라를 뜻하고, 남경(南京)은 중국의 난징시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화 메밀’이라는 뜻의 주카소바나 시나소바, ‘난징 메밀’을 뜻하는 난킨소바로도 불렸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메밀로 만든 소바나 밀가루 반죽을 두툼하게 썰어낸 우동을 주로 먹었기 때문에 수타 밀가루 면을 얇게 뽑아낸 납면은 신선한 먹거리였다. 또 보통 가츠오부시나 다시마, 조개 등 해산물로 맑은 국물을 내던 소바, 우동과 달리 중화풍의 고깃국물(닭고기,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라멘은 깊고 진한 맛으로 풍미가 남달라 일본 각지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일본 라멘의 원형과도 같은 라몐은 ‘란저우 라몐’이라 하여 지금의 일본 라멘과는 달리 기름기가 적고 일반 국수처럼 담백한 맛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매운 양념장인 라유로 간을 맞춰 먹기도 했다고. 이렇게 한참 ‘중국식 소바’의 형태로 머물러있다가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현지화가 이루어지면서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을 베이스로 한 돈코츠 라멘이 인기를 끌게 된다. 후쿠오카시의 다른 이름을 딴 하카타라멘(博多ラ メン)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돈코츠라멘 스타일이 있어 원조 논란이 일기도 한다.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라멘의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즐길 것이다. 일본의 라멘은 돼지나 닭뼈를 아예 녹여버릴 듯 푹푹 고아서 뽀얗게 우려내기 때문에 농도가 상당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의 고기국수나 부산의 돼지국밥 등 고깃국물을 베이스로 하는 대표적인 음식들이 있지만 라멘의 아주 진하고 걸쭉한 맛은 여타의 고깃국물과 차별화되는 묘미인 것 같다.

보통 일본의 라멘 전문점은 높은 확률로 돈코츠라멘을 팔지만, 라멘이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깔끔하고 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국물을 내는 가게도 많다고 하니 다른 스타일의 라멘도 궁금해진다.

과 이

'이치란라멘 나하점' 전석이 1인식 칸막이 형태로 되어있다. 손님이 나갈 때 90도로 인사하는 직원이 인상적이였다 (왼쪽 사진)

 

내가 다녀왔던 이치란 라멘은 일본 여행 필수 코스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육수로 만든 돈코츠 라멘이라 국물이 구수하고 든든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다. 일본과 세계 각지에 78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고 하니 꽤 규모가 큰 요식업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치란의 창업자 요시토미 마나부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쩌다 한 달에 한 번 외식하는 작은 라멘집이 있었는데, 사장인 노부부에게 가게를 이어받으면서 지금의 이치란이 시작됐다. 돈카츠 라멘의 고장, 후쿠오카에서 나고 자라 식당을 시작했으니 그 맛과 분위기에 정통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나카스를 본점으로 두고 있는 이치란 라멘은 기본 라멘이 1,180엔, 여러 토핑이 나오는 이치란 5선의 가격은 1,800엔으로 다른 라멘집에 비해 가격이 약간 쎈 편이긴 하다. 그래도 일본에서 맛과 명성을 자랑하는 가장 유명한 라멘 브랜드니까 한 번쯤은 여행 코스에 넣어도 좋을 법하다. 후쿠오카를 포함한 규슈 지방, 그리고 도쿄, 교토, 홋카이도 등 일본 많은 지역이 매장이 있고, 미국 뉴욕과 홍콩, 대만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고 한다.

일본 식당의 분위기가 대체로 시끌벅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치란 라멘이야말로 조용히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1인 칸막이 좌석이 있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여유롭게 음미하기 좋다. 혼밥에도 최적이다. 또한 국물의 농도나 면의 익힘 정도, 맵기, 토핑 등을 각자의 입맛에 맞춰 주문할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국물이 남으면 ‘카에다마’라고 해서 금액을 지불하고 면을 리필할 수도 있다. 매운맛을 담당하는 특제 빨간 소스는 다른 라멘집과의 차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창업자가 물려받은 가게에서부터 전해져 온 것으로 지금도 이치란 전체 직원 중 4명만이 이 레시피를 알고 있다고 한다. 신라면을 잘 먹는다면 매운맛 10단계까지는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단계가 높아지면 짠맛도 증대되니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