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같은 매력적인 섬, <4박 5일 오키나와 여행>
4박 5일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현은 한국에서 직항으로 2시간 내외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관광지다. 온난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 맛있는 먹거리들로 휴양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그야말로 천국의 섬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의 하와이라 불리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뽑는 1위 휴양지인 오키나와. 지금은 굉장히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곳이지만 이 작은 섬에는 긴 역사가 있다. 씨족 중심의 세 왕국으로 시작해, 14세기 초 통일되면서 류큐 왕국의 시대가 열린다. 류큐 왕국의 정치 아래 중국, 일본과도 활발히 교류하던 중 17세 초 규슈 남부의 사쓰마 번에게 침략당하고, 그 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현으로 되면서 독립 왕국의 역사가 끝났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 군사가 참혹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로 아픈 역사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지금도 나하섬의 15 %정도를 미군 기지가 점유하고 있어서 이로 인한 환경, 경제, 안전 등의 문제가 종종 이슈화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 다사다난한 역사를 품고 있는 오키나와는 대표적인 휴양지답게 호텔들도 대체로 쾌적한 설비를 갖췄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하얏트 리젠시 나하 오키나와, 더 리츠 칼튼 오키나와에서 각각 2박씩 묵었는데 하얏트 리젠시 나하 오키나와는 공항과 가깝고 국제거리 초입이라 접근성이 좋았다. 글로벌 체인 호텔답게 시설도 깔끔했다.
여행은 렌트를 해서 다녔는데 오키나와는 운전대 방향이 한국과 반대라 헷갈리기 쉽다. 다행히 동행자가 베스트 드라이버라 금방 적응했지만, 나 혼자였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먼저 오키나와 월드에 있는 교쿠센도 동굴에 갔다. 비가 와서 실내 관광으로 꽤 적절한 선택이었다. 30만 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친 동굴로 동굴 규모로는 일본에서 2위, 동양의 석회동굴 중 최고라고 한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종유석과 석순이 보인다. 불상의 모습을 한 신기한 종유석도 구경할 수 있었다. 교쿠센도는 미국의 통치를 받던 1967년에 최초로 발견되었다는데 그 규모와 자연적으로 생겨난 기이한 모형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도 갔는데, 아쉽게도 호우 강풍주의보로 구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일본 침략을 받기 전 450년의 역사를 지닌 류큐 왕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일본 여행] 일본 라멘의 시작과 이치란 라멘,
일본 미식 여행에는 필수, 이번 오키나와를 다녀오면서 아름다운 자연, 문화적인 볼거리도 기대했지만 또 하나 설렜던 포인트는 바로 미식 여행이다. 일본에 가면 라멘은 한 번씩 먹고 오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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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 왔으니 라멘은 꼭 한 번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라멘 맛집인 ‘이치란 라멘’에 들렀다. 예전에 도쿄 여행에서도 먹은 적이 있다. 일본 어느 지역에 가든 볼 수 있는 라멘집인만큼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본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편의점 쇼핑이다. 맛있는 먹거리들이 꽤 많다. 오키나와 곳곳에 로손(LAWSON)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서 사 먹은 오리온 맥주도 굉장히 맛있었다.
오키나와 명소인 아메리칸 빌리지 안에 있는 지바고 커피 웍스도 갔다. 일본은 자국의 커피 문화에 꽤 자부심이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 읽은 <커피 세계사>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더 감회가 새로웠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알록달록한 건물과 야자수, 세련된 거리로 미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는 마을이다. 멀리 여행 와 있는 듯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두 번째로 묵은 호텔은 더 리츠 칼튼 오키나와다. 여기서도 2박을 했는데, 오키나와 본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불리는 나고만을 마주하고 있다. 오키나와 호텔 중에서 꽤 고급 호텔에 속한다. 명성에 걸맞게 호텔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격조 있었다. 밤에 로비 야외에서 밤하늘을 구경하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리츠 칼튼에서 유명한 철판요리 레스토랑 키세(KISE)에서 코스요리도 먹었는데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최고였다. 오키나와 여행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 추천하고 싶은 호텔이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또 안 먹어볼 수 없는 게 소바다. 나하 근처에도 유명한 곳이 많지만 미야자토 소바는 로컬 분위기로 맛볼 수 있는 곳이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작은 마을의 식당 같은 귀여운 외관이지만 사람은 꽤 많다. 오키나와 소바는 메일이 함유된 본토 소바와는 달리 밀가루 면이 나온다. 우동 같은 느낌인데 가다랑어로 만든 국물과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오키나와의 대표 관광지인 츄라우미 수족관도 당연히 방문했다. 전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아쿠아리움인만큼 680종 이상의 다양한 수종과 특별한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귀한 생물도 많이 있었다. 물론 클라이막스는 츄라우미 수족관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고래상어다. 통유리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데 그 크기가 압도적이기도 했지만 생김새가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운 좋게도 고래상어의 식사 시간에 가서 먹이를 먹는 모습도 직관했다. 고래상어는 입이 매우 넓고 큰데, 음식을 먹을 때 입 벌리는 모양이 무척 재미있고 특이하다. 그 모습이 눈앞에 자꾸 아른거려 필자도 물 마실때 따라하곤 한다.
고래상어는 현존하는 어류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워낙 희귀한데다 인간을 위협하는 생물도 아니어서 행운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오키나와 앞바다에 특정 계절에 출몰한다고 하니 단연 섬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떠오를 법하다.
필리핀 세부 섬 오슬롭에는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는 투어가 있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설렌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세부를 추가해야겠다.
오키나와 하면 아름다운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나고의 바닷속을 산책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는데, 바로 세븐 오션스 클럽의 마린워크다. 환상적인 바닷속 세상을 직접 볼 수 있는 투어로, 산호를 드나드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함께하는 해양 산책 코스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재미있고 독특한 추억이 된 것 같다.
해변가는 세 곳을 가봤다. 첫 번째는 에메랄드 비치로, 츄라우미 수족관 바로 옆에 있다. 해변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물이 이름처럼 에메랄드빛으로 정말 아름다웠고, 얕고 긴 지형에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일몰 명소이자 스노쿨링 명소로 잘 알려진 세소코 비치 역시 바다 색이 너무 예뻤지만 맨발로 바닷속에 들어가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즐긴 곳은 리츠 칼튼 키세 비치다. 개인적으로 물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구명조끼를 입고 신나게 놀았다. 워터파크처럼 여러 놀이 시설들을 두어 물놀이 하기에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호캉스를 하는 것은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버킷 리스트를 하나 지우게 되어 뿌듯하다. 온화한 날씨, 동양과 서양이 섞인 이국적인 분위기, 다양한 맛과 멋. 팔색조 같은 매력의 오키나와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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